바이크를 기변한다는 것은,
상상 외로 많은 것들이 바뀐다는 의미예요.
바이크는 장르적인 특성이 워낙 강해서
어떤 장르를 타냐에 따라 은근히 제약이 있어요.
그런 것 상관없이 하나의 기종으로
모든 레저를 소화하는 라이더도 많지만,
아무래도 제약 아닌 제약이 있지요.
예를 들어, 제가 4년간 타온 혼다의 CBR500R은 레플리카 타입의 바이크예요.
스포츠 바이크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완전 엎드리는 자세는 아니고, 적당한 각도로 구부리게 되는 포지션이예요.
이 바이크와 35,000km를 함께 달리면서 일반 도로, 산길, 자갈길, 바닷길, 모래길 등
온갖 다양한 길을 달렸답니다.
특히, 제주에서 진창이 된 산길을 달렸을때는 '진짜 이거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웠어요.
캠핑을 좋아하는터라 파쇄석 가득한 길을 주행할 떄면
타이어에 펑크라도 날까 노심초사해야만 했답니다.
도심과 국도의 비율이 6:4에서 2:8 정도 되었을 때,
저는 기변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중고가격 방어가 어려운 바이크의 특성 상
조금이라도 덜 달렸을 때 결심을 해야 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스즈키의 V-STROM800DE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V-STROM 800D에서 DE는 Dual Exploer의 줄인 말이예요.
말 그대로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즐길 수 있는 듀얼퍼포즈 바이크예요.
'혼다' 브랜드가 가진 철학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강했던터라
브랜드 자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망설였지만,
브이스트롬이 가진 평판과 그 활용도에 결국 최종 안착하게 되었어요.
기변의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1. 좋은 매물을 찾아야 한다.
좋은 매물을 찾을 때, 명심해야 할 점은,
결코 싸고 좋은 중고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좋은 매물일까요?
우선 주행거리와 연식을 체크해야 해요.
무조건 짧은 주행거리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길들이기 주행거리 이상은 되는 바이크가 좋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3,000km 이상)
연식은 최신 연식일수록 좋아요. (중고가격 방어를 생각해도)
다음으로는 사진 등을 통해 넘어진 흔적이나 사고의 흔적을 살펴야 해요.
적은 주행거리에 최신연식이어도 수리를 했다면 사진만으로는 알아보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는 보통 온라인으로만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불안하죠.
이 부담을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래에서 더 말해볼께요.
우선 장르와 브랜드를 결정하고 중고가격대를 알아보는 것이 좋아요.
개인 매물과 센터 매물 중 고민하게 될텐데 저는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센터 매물을 추천하고 싶어요.
초기 정비에 대한 안정성과 나름의 사후 관리가 있기 때문에 그 정도 비용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물론, 비양심적인 센터도 많지만 전문분야가 아니라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게 세상 이치인지라...
가장 좋은 방법은, 입문자가 아니라면 평소 친분이 있는 센터 사장님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베스트예요.
기존에 라이더였다면, 보통은 단골 센터가 생기는데 사장님의 도움과 조언을 통해 구입하면 가장 피해확률을 줄일 수 있죠.
저는 정말 운좋게도 단골센터 사장님이 이미 듀얼퍼포즈 장르를 타고 계셔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일부러 그런 센터를 단골로 잡은 이유도 있었고요.
Point. 단골 센터 사장님의 조언을 통해 센터 매물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2. 서류 절차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진행해라.
바이크 비용이 준비되면, 서류 절차를 진행해야 해요.
우선 현재 가지고 있는 바이크를 폐지하고, 새로운 바이크를 등록해야 해요.
구청에서 진행하는데 이게 빠르게 진행되면 좋지만, 은근히 지연되는 경우도 있어
가급적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게 좋아요.
본인이 받고 싶은 번호를 획득하기는 어려우나,
지역은 선택할 수 있어요.
한 때 유행처럼 '제주' 번호판을 획득하는 것이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부산 해운대' 번호판을 얻고 싶었지만, 사정이 어려워
'부산 사상'으로 받게 되었어요.
센터에서 사상구청이 가장 가까웠기 떄문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번호판 부착까지 센터에서 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번호판 없이 다니다가 괜히 귀찮은 일을 겪고 싶지 않아
그렇게 진행했어요.
번호판 미부착 상태로도 구입 당일에는, 등록증을 제시하면 단속에 걸리지 않을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Point. 바이크의 폐지와 등록은 시간이 걸리니 미리 움직이고, ,원하는 지역의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
3. 생각보다 적응할 시간이 없다.
바이크를 바꾸고 나서 바로 가져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예요.
물론 용달로 사는 지역까지 배송받을 수 있지만, 드문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일반적으로는 바로 타고 올텐데 연습할 시간이 따로 없으니 보통은 가져오는 길이 연습이지 싶어요.
저는 아예 장르 자체가 바뀌었다보니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포지션도 완전 달라졌고, 일단 달라진 시트고와 배기량이 어색했어요.
잘 닿았던 양 발이 까치발로 바뀌었고, 471cc에서 770cc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간데다
무게도 100kg 가까지 늘어난 바이크에 적응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복귀 길에 비까지 내려서....ㅠㅜ
부산에서 울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기억이 안나요.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용달로 탁송 받는 것을 추천해요.
거의 보름 가까이 새로운 바이크와 친해지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울산에 워낙 달릴 코스가 많은지라 청도, 경주로 부지런히 다녔고
지금은 굉장히 편안하게 다니고 있답니다.
Point. 바이크를 인수하고 복귀길에는 익숙하지 않은 바이크에 대해 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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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변한 지 3개월이 되었고,
어느새 5,000km를 넘게 달렸어요. 그 사이에 전국일주, 남해종주를 해냈고,
모토캠핑도 5번을 다녀왔어요.
기변은 대만족입니다 .
물론 여전히 움찔할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넉넉한 배기량과 적재능력,
장거리에도 편안한 포지션 등 대부분의 점에서 만족하고 있어요.
이 바이크가 제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저배기량 스쿠터 한 대 더 들이고 싶다는 욕심은 살짝...ㅎㅎㅎ
'기변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변에 대한 욕구는
라이더라면 피하기 쉽지 않아요.
결국 기변을 하더라도 오래 지나지않아 다른 바이크가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어요.
기변병은 기변으로밖에 치유할 수 없다....라는 말, 부정할 순 없어요.
만약 지금 기변을 꿈꾸고 있다면,
꼭 성공하길 기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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