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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봉사가 하고싶은 이들을 위한 길잡이

일상프레임 2024. 11. 17. 20:55

이 아이들이 세상에 머물렀다는 흔적을 남겨주고 싶어!




이번 글은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 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야.

쉬는 동안 어딘가 소속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꾸준히 집중할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어.
예전에 서울에서도 유기견 봉사를 해온터라 울산에도 그런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무작정 찾아서 카페에 가입하고 찾아갔지.

집에서 바이크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유기견 보호소가 있더라고.
내 평생의 아이디인 '진쌤'으로 닉네임을 정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어.
유기견 봉사활동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않았지만 그냥 의지 하나로 시작한거야.

다행히 카페에 초보자들을 위한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나름 준비를 해갈 수 있었어.
나름 준비라고 해봐야 막 입어도 되는 위아래 옷 한 벌과, 전투화, 마스크 정도였던 것 같아.
보호소에 따라 다르지만, 방진복과 장갑, 조끼가 준비되어 있는 곳도 있으니 사전조사를 해보는 게 좋아.




내가 활동하는 '별이네 보호소'의 경우 스케줄은 이래.

  10:00~12:00  소형견&대형견 견사 청소 및 사료와 물 교체
  12:00~13:00  점심식사 및 휴식
  13:00~13:10  간식 챙겨주기
  13:10~15:00  릴레이 산책

요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평일과 주말이 좀 상황이 달라.
별이네는 수, 토 이렇게 두 번의 봉사시간이 편성되어 있는데,
난 주말에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야 하기 떄문에 수요일에만 가고 있어.
주말은 봉사자도 많아서 구역을 나눠서 하는 것 같아. 산책도 훨씬 더 많이 갈 수 있어.
평일은 많아야 4~5명의 봉사자 뿐이라 구역 없이 전체를 다 하게 돼.

산책도 많은 아이들이 돌긴 어려워.
난 보통 3회차 정도 도는데, 40마리가 넘는 아이들에게는 너무 부족한 상황이야.

과업의 난이도는 생각보다는 높다고 생각해.
이건 놀이가 아니라 봉사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상황을 잘 알아야 하겠지.
우선 생각나는 어려운 점들을 먼저 적어볼께.

[어려운 점]
- 환경이 절대 쾌적하진 않다.
먼지도 많이 나고, 강아지들이 크기가 있다보니 배설물도 사이즈가 상당하지.
그리고 겁 많은 아이들은 계속 짖기 때문에 다소 정신이 없어.
거기다 계속 만져달라고, 안아달라고 조르기 때문에 똥 치우다가도 만져주고, 안아주고 해야 하지.
무엇보다도, 강아지들이 쥐를 잡아서 놀기도 하나봐. 견사 안에 죽은 쥐와 매주 마주하고 있지.
그걸 삽으로 떠내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통은 경험하기 힘들지)
사진만 보고, 이 해맑은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만 생각한다면 좀 당황할 수 있어.
은근히 비위가 강해야 해.

거기다 이건 개인차이가 있는 부분인데, 난 184cm라 계속 낮은 천장에 머리를 부딫혀.
아무래도 봉사 오시는 분들이나 소장님 신장에 맞추다보니 천장이 상당히 낮은 편이야.
(헬멧을 써야할지도...)

[좋은 점]
- 책임감이 저절로 강화된다.
봉사자들과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강아지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어.
어찌나 힘든 일들이 많았던지... 단순 유기만해도 상처가 깊을텐데, 대체로 학대를 받았거나 오랜 시간동안 떠돌이 생활을 한 아이들이 많아.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나면 지금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한 책임감이 좀 더 깊어지는 것 같아.
가능하면 이름을 빨리 외워두는 게 좋아.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인지하고 있고, 안전상으로도 통제가 좀 더 수월해져.

- 봉사자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평일 봉사자 중에는 오랜 시간동안 활동해온 분들이 계셔. (주말에도 하시는 것 같아)
처음 오면 굉장히 어리버리하게 되는데,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셔.
서툴더라도 열심히만 하면 일원으로 받아들여주시니 걱정하지 마.

- 오후 산책봉사만 별도로 할 수도 있다.
오전 활동에 대해 어려움이 있거나 부담이 있으면 오후에 산책봉사만 따로 할 수도 있어.
물론 이 활동도 만만찮아. 대형견이 배정되면 거의 끌려다니지.
산책 중에도 수시로 배변을 하기 때문에 배변 봉투도 2개씩 들고 나가는 게 좋아.
(막 나온 따끈한 대형견의 배변은 정말....ㅎㅎㅎ)




[노하우]
지금 한 달 넘게 활동하고 있는데, 나름 노하우가 좀 생겼어.
그 부분을 공유해볼께.

- 아이들은 생각보다 관리받고 있어.
충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의약품들이 후원되고 있고, 소장님께서 시기에 맞춰 아이들 건강을 관리하셔.
유기견 봉사를 결심하면서 가장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병균을 옮겨와 내 반려동물에 좋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거잖아.
나도 그랬어.
물론, 활동 후 깨끗하게 씻고 집에 와서도 가급적 바로 목욕을 하는 게 좋아. 혹시 모르니까.
그럼에도 여기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야.

- 일회용 방진복을 챙겨가는 게 더 낫다.
방진복을 입는 것을 추천해.
상상 이상으로 많은 먼지와 털이 있어서 집에서 입던 옷이라면 다시 가져가는 것 자체가 망설여져.
일회용 방진복은 보통 10벌 단위로 판매하고, 한 벌당 평균 2,000원 정도 한다고 보면 돼.
일회용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번 입을 수 있지.
그래서 두 벌을 가져가서 하나만 비닐을 뜯고 망가질 때까지 입는거지.
그리고 활동하다가 망가지면 추가 옷으로 갈아입고 활동하는 게 좋아.
괜히 돈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회용 방진복으로 하도록 해.

- 장화는 필수야.
장화는 반드시 챙겨가는 것이 좋아.
배설물과 털, 흙이 많기 떄문에 장화를 신어야 해.
아이들이 계속 달려들다보면 신발에 걸리기도 하고, 신발끈이 있다면 자칫 아이들이 걸릴 수도 있어.
그러면 긴 장화와 짧은 장화 중 어떤 게 좋을까?
발목보다 조금 높은 장화라면 될 것 같아.
점심시간에는 신발을 벗어야 하기도 하고, 아이들 산책에는 긴 장화는 불편해.
어차피 방진복을 입는다면 발목까지는 옷이 가려줄테니 너무 높지 않은 장화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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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가야.
오전에는 열심히 청소하고, 오후에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고 있어.
올해는 연말선물로 달력을 만든다고 해서 더 열심히 기록하고 있어.

예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활동할 때, 아이들이 증명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 마음 아팠어.
이 아이들도 그래.
나의 깐쵸가 아기 떄부터 지금까지 많은 기록이 있지만,
이 아이들은 기록이 거의 없어. 유기견들은 그래.
그래서 이 아이들이 세상에 머물렀다는 흔적을 남겨주고 싶어.
언제 어떻게 무지개 다리를 건널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 아이들의 기록을 남겨주고 싶어.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인 것 같아.

다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주말에는 봉사를 하고 싶어.
참 좋은 인연이야.

유기견 봉사 관련해서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