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한 장이라도 정성을 다해 쌓는다면 그는 노동자일까? 예술가일까?

최근 유기견 봉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어.
믿었던 존재로부터 버림받고 상처받은 마음들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어.
그런 건 유기견 봉사자들에 대한 세상의 정의 혹은 전제된 사명감 정도로 생각했어.
솔직히 내가 이 활동을 선택한 이유는,
맘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저 어딘가에 소속감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야.
좀 더 솔직해볼까?
나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작지만 쓸모있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고,
여기서라면 내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겠다는,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작했어.
물론 이건 속 이야기이고,
난 활동하는 3~4시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역할을 해.
유기견 봉사활동이라 해서 강아지들과 어울리고, 산책만 하는 게 아니거든.
오히려 활동의 80% 이상은 똥 치우고, 밥과 물을 바꿔주고, 견사의 망가지 부분들을 고치는 일을 더 많이 하게 돼.
난 그랬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단 내가 필요한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여기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그렇게 한 달 동안 열심히 활동했고,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 아이들 이름도 다 외웠고, 이제 매주 수요일 오전이면 당연히 봉사를 가는 걸로
습관도 생긴 것 같아. .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봉사자들 각자의 사정이야.
이 활동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
고정된 활동이 아니다보니 매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돼. (이게 또 매력이 있더라고)
심지어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서로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몰라.
그냥 그 시간동안 함께 열심히 일하는거야.
그러다가도 함께 모여 점심식사를 하다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거든.
그런데 생각 외로 다들 활동의 동기가 다르더라고. (당연한건가)
어쨌거나 강아지들이 좋고, 이 활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공감하기 때문에 이 활동을 한다고 생각했어.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어.
그런데 그게 아닌 사람들도 많더라.
그야말로 각자의 사정이 다양하더라.
오랜 시간 함께 한 반려견이 최근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펫로스증후군 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스스로를 위해 이 활동을 하는 이도 있었고,
한 달 동안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 청년은 그 귀한 시간을 쪼개서 이 활동을 하러 온 경우도 있어.
우린 같은 시간동안 같은 활동을 하지만,
그 시작의 동기와 활동하는 마음은 각각 다른거야.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난 왠지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각자의 사정이 이렇게 다른데도, 같은 결과물을 위해 함께 땀흘린다는 점이
멋지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판(Ground)과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봉사자들이 애썼을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
혹자는 무슨 생각을 그리 복잡하게 하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내가 원래 그래.
벽돌에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쌓는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일까? 예술가일까? 장인일까?
목적과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하는 활동과 기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어.
그래서 난 모든 과업을 마치고 난 후 카메라를 꺼내.
그저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모두 해낸 후에 그 마음으로 카메라를 잡아.
그래야만 정성스럽게 담아낼 수 있다고 믿어.
무지개다리를 건넌 오랜 가족을 떠올리며 활동하는 봉사자의 마음은 소중하고,
바다 건너 먼나라에 와서 귀한 시간을 쪼개어 활동하는 봉사자의 마음도 소중해.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 나의 활동은 의미 있었어.
이 활동은 내 마음을 채워줘.
내 욕심을 채워주고, 내 자존감을 채워줘.
쉼의 기간 동안 내가 하는 가장 가치로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
혹시 독자 중에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면 부디 왜 하고 싶은 지에 대해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그 정성스러운 마음이 온전히 담겨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