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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가 나타났다.

일상프레임 2024. 11. 25. 23:20

 

이 자연스러운 관찰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에 대한 나름의 축하였다.

 


옆집에 젊은 부부가 산다.
어느 날부터인가 집 안의 물건들이 하나씩 밖으로 나온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부부의 출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계단식 아파트에 살고있는터라 집 앞에 버리고자 내놓은 물건과 배송되는 물건들만 보아도 대략적인 상황들을 알게 된다.
(우리집도 마찬가지겠지만...)

의도치않았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관음'은 매일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흥미로움이었다.
부모가 되는 것을 의지로 거부한 나에겐 신선한 '관찰'이었다.

임신 주차가 쌓여갈수록 옆집의 현관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쌓여갔고,
왠지 간접적으로나마 순산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유모차가 나타났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임박했음이다.
출산을 축하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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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가족의 현재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말하는 '딩크족'이다.
결혼 10년차가 되었지만, 우린 여전히 둘이다.

반려동물 깐쵸를 돌보고 있지만,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과의 삶의 책임과 무게는 비할 바 아닐 것이다.
나와 아내는 누가 가장이랄 것 없이 서로 해야할 일들을 정확하게 해내고 있고,
그렇게 우리 가족은 비교적 순조롭게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항상 습관처럼 '아이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정말 나는 괜찮은걸까?
내 아이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지 못한 채 이번 생을 끝내도 나는 정말 괜찮을까?

가끔 상상해본다.
나와 아내를 조금씩 닮은 우리의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속 썩이는 그런 삶을
상상해본다.

나의 부모가 살아왔을 그런 삶을 상상해본다.

내 부모는 정말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었다.
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였을 때, 난 이미 군인이었다.
40대 초반에 벌써 20년 이상을 부모로 살아온 것이다.
그 삶은 어땠을까? 그래도 비교적 행복했을까?

가끔 궁금할때가 있다.
내가 어떤 아이였을지가 아닌, 부모로써 어떤 마음이었을 지.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묻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대답 중 어떤 것이 나오더라도
차라리 묻지 말 것을 하고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내 친구들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여러 마음이 들면서도,
"그나마 난 결혼이라도 했잖아."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이럴거면 왜 아이를 갖지 않냐고?

무섭다. 난 여전히 나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기 힘들다...

 

 

만약 나와 같이 부모가 되긴 무섭지만 뭔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 또한 많은 공감을... 그리고 더 많은 위로를 받았던 책이다.

 

[이미지 출처 : 예스24 책 소개에서 발췌]

 

저자 사카이 준코는 아이 없는 삶에서 오는 여러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비록 여성, 엄마로서의 관점이라 깊은 공감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내게는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글귀 하나를 발췌하며 마무리한다.

 

아이가 있든 없든 어른이 되긴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