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올해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캠핑을 다녀왔어.
날씨는 다소 쌀쌀한 편이지만,
새벽 최저온도가 4도 정도라면 내 장비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지.
원래는 30분 정도 거리의 바닷가로 갈 예정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화창한거야.
그래서 내 최애장소인 감포해변으로 목적지를 잡았어.
한 시간 좀 넘게 달려서 감포에 도착하니 여전히 날씨는 괜찮아.
하지만... 바닷가라 그런지 똥바람이....
원래 캠퍼들은 우천보다 똥바람이 더 무서워...
워낙 미니멀 셋팅으로 와서 금새 피칭하고 저녁을 먹었어.
여기까진 좋아. 나쁘지 않았어.
나름 빵빵하게 저녁까지 먹고, 커피 한 잔까지 했는데도 시간이 8시야.
꽤나 여유롭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밤이 한참 남았어.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고 느낄 때쯤,
순간 스치는 불안감.... 분명 뭔가를 챙겨오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뭘까.... 뭘까...."
그러다 떠올랐어.
전기매트를 안가져왔구나. 핫팩도 없구나.
이건 매우 곤란해. 이런 날씨와 상황에서 방한장비가 부족하다는 것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야.
비록 온열조끼를 입고 있지만,
침낭 전체에 열기를 채울 수 있는 전기매트가 없다는 것은
굉장한 압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어.
그래도 일단 영하까지 내려가는 상황은 아니니 일단 지금 여건에서 대처해보자는 생각에
취침 셋팅을 하고 한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어.
그러다 텐트가 바닷가 똥바람에 미친 듯이 흔들리는 소리에 잠에서 꺠어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이미 주변은 난리였어.
뒤집혀진 돔텐트부터 시작해 이미 철수를 준비하는 캠퍼도 있더라.
일단 그 상황에서도 버텼어.
30분간의 짧은 수면이었지만 나름 따뜻했고,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똥바람이 심해도 내 무게라면 설마 날아갈리도 없고,
텐트의 펄럭임은 이어폰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어.
정작 문제는 외부환경이 아니었다.
잠도 안오고해서 의자에 앉아 밤바다와 하늘에 있는 별들을 봤어.
그렇게 한 시간쯤 앉아있자니 갑자기 마음이 엄청 허전한거야.
왠지 궁상맞아 꺼내긴 어렵지만, '고독'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그런 마음.
더는 이 시간이, 이 공간이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
그렇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금 철수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 슬슬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시점이었어.
그때 걸려온 아내의 전화.
혼자 캠핑가니까 좋아?
그 순간 결정했어. 정리하자. 집으로 돌아가자.
어둠에 눈도 익숙해졌고, 짐도 워낙 간단하니까 금방 정리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부지런히 정리하기 시작했어.
아내에게는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았어.
워낙 늦은 시간이고, 지금 간다고 하면 도착할때까지 걱정할테니.
그렇게 금방 정리하고, 바이크에 올랐어.
낮에는 그렇게 자주 달렸던 길이지만, 이렇게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는 처음 가보는 길이 새롭더라.
밤하늘 가득한 별들을 보면서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또 열심히 달려왔지.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마치 예상한것처럼 이렇게 말했어.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마워!
돌아오길 잘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결국은 돌아올 나의 집이고, 아내 곁이다.
그렇게 나의 2024년 마지막 모캠은, 피크닉이 되었다....!!
절대 잊지 마. 동계캠핑은 방한대책이 부족하다면
빠른 철수만이 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