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 Story

My Favorite Things #02. 왜 바이크를 타는거야?

일상프레임 2024. 12. 2. 00:08

 

이유는 간단해. "그럼에도 불구하고"야.

 

많은 사람들이 묻곤 해.
왜 바이크를 타냐고.

비가 오면 다 맞아야 하고, 고속도로도 탈 수 없고,
온 몸에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보험료도 높으며
사고나면 중상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은
그런 위험한 취미를 꼭 해야하냐고.

전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단점들이야.
여행을 갈 때마다 숙박업소 주차장에 주차를 못하게 해서 언쟁을 하는 것도 싫고,
분명 날씨 확인하고 나왔지만 소나기를 맞으면서 달릴 때는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야.

처음은 정말 사소했어.
우연히 동네 바이크센터에 들렀는데, 그 당시 기준으로 굉장히 깨끗한 상태의 바이크가 있는거야.
매뉴얼이니 오토매틱이니 하는 것도 모르고 그냥 덜컥 구입했어.

 

대림 로드윈125


아직도 기억해.
센터 사장님이 뒷자리에 나를 태우고 동네 한바퀴 돌면서 "이렇게 하면 돼. 쉽지? 참 쉽지?"
퍽도 쉬웠어. 계속 시동 꺼뜨리고 넘어지기도 여러 번.
그 깨끗했던 바이크는 어느새 여기저기 찌끄러지고 패였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밤마다 그 바이크를 타고 우리 동네 여기저기를 누비던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
나름 세차를 한다고 칫솔로 휠 여기저기를 문지르며 그렇게 행복해했어.

유난히 깨끗하게 세차를 했던 다음 날,
동네 고등학생들에게 도둑맞아버린 바이크의 빈 자리를 보면서 허탈했던 마음도...
한참 떨어진 경찰서에서 발견된 두 동강난 바이크를 보자마자 주저앉아 울었던 마음도...
그렇게 갑자기 끝나버린 라이더의 삶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어.

어느 날 저녁, 베란다에서 한참 생각하던 아내가 내게 말했어.

새 바이크는 가격이 얼마나 하냐고.
그렇게 나의 두 번째 라이더의 삶이 시작되었어.
시간이 지나고 물었어.
"그렇게 싫어하던 것을 왜 다시 하도록 했어?"
아내는 말했어.
"안전하게 탈 줄 안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애매한 답변이었지만, 아내는 내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
예전 라이더였을 때의 이야기를 하며 신났지만 왠지 허전한 내 마음을 알아줬던 것 같아.

 

혼다 CBR125R
야마하 R3
혼다 CBR500R

 

새롭게 시작된 라이더의 삶이 올해로 7년째야.
그 사이 바이크는 2번 더 바뀌었고,
125cc에서 500cc로, 지금은 770cc로 바뀌었어.
바이크로 전국일주도 수차례 하고,
바이크유튜버의 삶도 7년째야.

나로 인해 바이크에 입문한 사람도 제법 있을테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조바심을 동시에 느끼곤 해.

적지 않은 이들이 라이더의 삶을 동경해.
그들이 삶을 동경하는 이유는, 어쩌면 선뜻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여행'을 동경하는 이유는,
맘 내키는대로 떠나려니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창문 안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장난감이었지만,
막상 갖게 되면 얼마 안 가 잊혀지는 것처럼.
(난 대부분의 기변의 이유라고 생각해)

물론 바이크는 계속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말 그대로 취미의 영역이지만,
그럼에도 섣불리 달려들기 어려워.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은 취미라고 생각해.

중간의 공백은 있었지만,
나름 14년차의 라이더로써 난 단언할 수 있어.
최근 7년간의 나의 행복한 추억이 모두 바이크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 시간을 함께 해온 내 바이크야.  

나의 여행, 나의 직장생활을 함께 달렸고,
내가 가장 행복할 때, 가장 힘들 때도 함께 했어.
이 정도면 단순히 바퀴달린 기계는 아닌거겠지.

나의 보물 1호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이크'야.

라이더와 바이크에 대한 혐오어린 시선이 너무도 완고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좋은 라이더'가 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려 해.
그래서 나로 인해 시작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오늘도 나의 행복은 두 바퀴와 함께 시작해!

 

스즈키 V-Strom 800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