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Story

일상프레임, 매일을 여행하는 모토그래퍼!

일상프레임 2024. 11. 7. 22:25

 

다시 일상이라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일을 그만둔 지 한 달 반이 되었다.
처음 경험해본 2년 계약직.
지금껏 그래왔듯 내 의지로 멈춘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매일이 어색하고 어설프다.
아직 충분히 할 수 있었고, 하고 싶었지만 더는 안됐다.
여전히 달릴 힘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멈춰야만 했다.
그래서 하루치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매일매일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무게로 다가왔다.

그래서 스스로 자위하듯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만 있고,  목적은 없는 여행을 떠나 달리고 또 돌아왔다.
6일의 일정을 계획하고 떠났어도 왠지 모를 무료함에 5일만에 돌아왔다.
장기간 여행에 별 계획도 없이 목적지만 설정하고 마냥 달리니 즐거울 게 없었다.

그렇게 두 번의 장거리 투어를 다녀온 후, 다시 방향을 잃었다.
구직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처음 누려보는 실업급여제도는 의지를 잠시 미뤄두기에 충분할 정도로 달달했다.

매일 유튜브만 보고, 의미 없는 라이딩을 하고, 밥을 먹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그야말로 최악의 생활이었다.
이대로 멈추면 안된다는 걱정은 온전한 휴식마저 방해했다.
3교대 근무로 얼굴 보는 시간도 불규칙한 아내에게 미안해졌다.
부모님, 장모님의 연락도 부담스러워졌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쓸모없어지는 나로 각인되는 것이 점점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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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금이지만 스스로를 자극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집중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한참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일상을 기록하는 모토그래퍼'였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단 기록하기로 했다.
계획이 원대하면 또 금새 포기할지도 모르니 무작정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누리는 이 모호한 방탕함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적어도 기록이 쌓이면 "너 뭐하고 살았냐?"에 대한 부끄러울지언정 작은 답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더 무서웠을지도...)

다행히 나에겐 제법 좋은 바이크가 있고, 카메라가 있고, 그래도 남 부럽지 않을 정도의 사진술을 가지고 있다.
누가 봐도 부러울 수 있는 쉼을 경험하는 내내 죄책감과 무기력으로 채우고 싶지 않다.

이 기록은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않기로 했다.
적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1. 여행기
  2. 여행장비 리뷰
  3. 그날의 경험들 (너무 일기처럼은 말고...)
어차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매일같이 꾸준히 하고 있으니 수단을 텍스트로 옮긴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싶다.
왠지 이번 기록은 길었으면 좋겠고, 또 짧았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오블완 #티스토리챌린지